칠은사기 (七隱社記)

온양(溫陽)은 본디 현사(賢士)와 대부가 많다고 일컬어 온다.

지난날. 내가 서울에 있을 때에 퇴호(退湖) 이정열(李貞烈) 시랑(侍郞)이 일찍이 대궐에 올라가 임금 앞에 직간(直諫)하여 옛날의 쟁신(諍臣)다운 풍모를 지녔다고 들었는데 온양으로 우거함에 이르러 그를 만나보니 과연 군자(君子)다운 사람인지라 드디어 망년(忘年)의 벗으로 사귀기를 허락하옜다.

그리고 이치운(李癡雲) 주상(胄相)과 화암(華庵)진상(晉相) 형제가 팔 십 세 모부인(母夫人)께 지극한 정성으로 봉양하여 사람들이 모두 효자(孝子)라고 칭찬하므로 내가 그 사람을 존경하여 스스로 이웃이 된 것 을 다행으로 여곘다.

어느날 이 두 사람에게 말하기를 우리들이 본군(本郡)의 동지 여러 사람으로 더불어 형제(兄第)를 맺고 적지동(赤芝洞) 안에 집 한 채를 지어 유식(游息)의 장소로 삼았는데 그 안에 탑형(塔影 影幀 寫眞) 을 설치하여 "우리 자손으로 하여금 여기에서 사모(思募)하면서 부지런히 공부하게 하려 한다". 고 하거늘 내가 이 말을 듣고 감탄하여 말하기를

"사람의 도리(道理)는 충효(忠孝)보다 더 큰 것이 없거니와 현자(賢子)가 현자(賢子)로 더불어 좋아하니 내 비록 탑영(塔影)속의 네 사람을 보지는 못앴으나 이 네 사람은 치운(癡雲)과 퇴호(退湖)의 동지이니 그 현명(賢明)함을 알 수 있겠다.

구름 덮인 숲 속에 깊이 숨어서 출세(出世)를 구하지 아니하고 혹은 농사를 업(業)으로 삼거나 혹은 고기잡이와 나무하기로 낙(樂)을 삼으니 어찌 금세(今世)의 완인(完人)은 아니겠는가?. 제실(齊室)을 짓고 탑영(塔影)을 두는 것은 또한 낙사(洛社)와기영회(耆英會)의 성대한 일 이었다". 라고 하면서 드디어 칠은(七隱)의 성명(姓名)과관향(貫鄕)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노라.

이주상 자 공직 .호 치운 가선대부 정행 함열군수                        용인인

정인호 자 사홍 .호 낙제                                                       온양인

조희동 자 우성 .호 월암                                                       풍양인

윤   필 자 원필 .호 성암                                                       파평인

안   숙 자 우숙 .호 화은 성균관박사                                                      순흥인

이정열 자 군서 .호 퇴호 가선대부 부첨사 원임규정각 직학사         예안인

이진상 자 공진 .호 화암 종사랑 궁내부 주사                              용인인

己未年五月 丙午

                   揚洲戶人 嘉善大夫 前行義興郡守 雲坡 趙秉瑜 는 기술하고

                                                   宣城戶人 李用瓚는 敬書 (삼가쓰다).         

안 숙 (安 淑) 자 우숙 .호  화은 

칠은사 영정

칠은사 현판

안 성규 번역 씀